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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우리말과 달리 액센트, 장단, 억양 등 리듬이 매우 발달한 언어다. 영어 단어의 발음과 리듬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 것은 마치 이와 잇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 것과 같다.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런데 영어를 배우는 한국 사람들이 발음 연습을 하는 만큼 리듬 연습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원어민들은 인도.나이지리아 사람들의 영어는 알아듣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를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도.나이지리아 사람들의 영어 발음을 들어보면 저 발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확한 발음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전체적인 리듬이 올바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유명한 햄버거 체인 "McDonald"를 마치 사자성어를 읽듯 "맥-도-널-드" 라고 발음하면 알아들을 원어민이 거의 없다. 여기서 액센트는 둘째 음절 "do" 에 있고 강하게 발음할 뿐 아니라 약간 길게 소리내야 한다. 반면에 첫째 음절 "mac" 은 약하고 짧게 소리내 거의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맨 뒤의 "d"는 사실 음절이 아니다.
영어에 액센트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안다. 액센트가 있는 음절은 강하게 발음하기도 하지만 약간 길게 발음하기도 한다. 이는 장모음이냐 단모음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단모음이라도 액센트가 있는 음절은 액센트 없는 음절보다 길게 발음한다. "body"라는 단어를 "바디" 라고 발음하기보다 "바아디"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이 훨씬 영어답다.
각 단어의 리듬 못지않게 문장의 리듬도 중요하다. 각 단어의 발음과 리듬이 문장에서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 문장에서 주가 되는 단어에 대해 액센트와 장단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면 주가 되지 않는 단어는 어떻게 발음할까. 실제 대화에서는 대개 축약된 형태로 발음한다.
예를 들어 "I should have been there"(나는 거기 갔어야 했다)에서 'have'의 'h'는 발음하지 않고 'a'는 아주 약하게 '어'나 '으' 정도로 발음한다. 've'는 발음은 있지만 다음 단어 'been'의 'b'가 연이어 나오므로 잘 구별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v' 발음이 있고 'b' 발음이 다음에 오지만 'v' 발음을 안 하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하기 힘들면 안 해도 된다.
결국 위 문장에서 'have'는 '해브'에 가까운 발음이 아니라 그저 '어' 정도이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리듬을 올바르게 한 뒤 발음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창열 앱튜스미디어 대표 (www.이창열.com)
2006.01.10 16:4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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