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2일 일요일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지긋지긋한 영어 이야기] ⑥ 말문 트기

• 출처: [중앙일보] 기사 본문 읽기


영어 공부 10년에 외국인 앞에 서면 벙어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을 합한 기간이다. 요즘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니 그 기간은 20년에 육박한다.

영어를 말하는데 영어 공부의 기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외국인 선교사들은 한국에 온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우리 말을 놀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말한다. 그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어를 배웠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필자는 10년 영어 공부보다 불과 몇 개월 정도의 교육으로 훨씬 많은 것을 배운 경험이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외국 학생을 위한 영어 튜터 프로그램의 혜택을 본 것이다. 학교가 학교 돈으로 구해준 영어 튜터와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 자연스럽게 일대일 대화를 하는 것이다. 교재도 없고 어학 테이프도 없다. 지난주에 한 일에서부터 사회적 관심사나 개인적 관심사까지 튜터가 화제를 꺼내면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영어 튜터는 전문가였으며, 하버드 대학교를 방문한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레바논 대통령을 같은 방법으로 가르친 적이 있었다.

튜터는 주제를 제시한 후 자신은 내용에 대한 특별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필자가 하는 말을 들었다. 중간 중간 질문을 하면서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유도했다. 영어로 말하는데 잘못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고쳐 주지 않았다. 의미 전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만 고쳐 주고 나머지는 그대로 뒀다.

그 과정에서 튜터로부터 배우기도 하고 스스로 깨닫기도 했다. 처음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고 싶은 말을 했고, 말을 하면서도 문장 형태가 한 두 가지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사용하는 문장형태도 다양해졌다. 실제로 말을 잘하는 사람도 그 사람이 주로 사용하는 문형의 수가 많지 않다. 그 사람이 주로 사용하는 문형이 그 사람의 말 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이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원어민과 일대일 대화를 할 필요는 없다. 수준이 비슷한 친구도 여러분의 잘못된 영어를 지적해 줄 수 있다.

단 순서를 정해 한 사람이 주로 말하고 다른 사람은 주로 들어야 한다. 듣는 사람이 지적해 주는 것부터 교정하면서 의사 표현의 폭을 넓히고 자신이 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창열 <앱투스미디어 대표 www.이창열.com>

2005.11.29 15:4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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