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2일 일요일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지긋지긋한 영어 이야기] ④ 영어로 글쓰기

출처: [중앙일보] 기사 본문 읽기


영어로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영어로 글 쓰는 일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영어로 글쓰는 일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게 말하기보다 더 어렵다.

영어로 글쓰기와 말하기를 배우는 과정은 분명히 다르다. 비단 영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말을 배우는 과정은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며 잘못된 것을 다시 귀로 들어 고친다. 말은 즉시 할 수 있어야 하며, 남이 한 말은 즉시 들을 수 있다. 유창한 말도 받아 적어 보면 논리적이거나 짜임새 있는 글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글은 한 번에 다 쓸 필요가 없다.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글을 쓰다가 손질할 수도 있다. 손질이 되지 않은 글은 읽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글은 또 전체적인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 말할 때 상대방이 이해를 못하면 단어를 바꾸거나 길게 부연 설명하면 된다. 글은 한 번에 정확한 뜻을 전달해야 한다.

한국의 영어교육은 단어는 알지만 말은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면 영어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만들어 내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글이 설득력을 갖고 감동을 주려면 읽는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나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논리적 근거나 사례를 우리나라 영어책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영어를 말하는 사람이 인정하고 승복할 수 있는 논거는 그들의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미묘한 어감을 알아야 그 단어가 힘을 갖는다.

영어로 글쓰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치 말을 배울 때 먼저 들어서 배우듯 많은 글을 읽어야 한다. 어떤 글을 읽는가는 각자의 관심사와 분야에 달려 있다. 관심이 없는 분야는 많은 글을 읽을 수 없으며 그나마 읽은 글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같이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한 글을 읽거나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 's Digest)처럼 부담없이 쉬운 글을 읽거나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써보아야 한다. 말만 듣고 스스로 말을 안 해보면 말을 배울 수 없듯이 글을 써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의 의견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었는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오해나 오류는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잘 썼다고 인정받기 힘들겠지만 계속 쓰다 보면 마치 무딘 칼을 갈아 날카롭게 만들듯 글쓰는 능력이 발전할 것이다.

이창열 하버드 박사

2005.11.15 16:5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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