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2일 일요일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지긋지긋한 영어 이야기] ⑦'다른 점'에 익숙해져라

• 출처: [중앙일보] 기사 본문 읽기


지구상에는 많은 언어가 존재하고 있다. 그 중 서로 가까운 언어가 있고 매우 다른 언어도 있다. 영어는 네덜란드어.독일어와 가깝다. 한국어는 의사 소통은 되지 않지만 일본어와 가깝다. 반면에 영어와 한국어는 매우 다른 언어다.

서로 비슷한 언어는 언어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즉 문법이나 발음, 표현 등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다. 말을 배우는 데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말을 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문법이나 발음에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 제2 언어를 배운 사람은 자신의 언어에 기초해서 외국어를 이해하고 사용한다.

하지만 영어와 한국어처럼 매우 다른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이해하려 하면 배우기 힘들고 어색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필자가 하버드대 재학 시절 영어 튜터와 일대일 대화를 나누며 영어를 배운 적이 있다. 영어 튜터는 주로 듣고 잘못된 표현을 지적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 튜터는 필자의 표현이 너무 어색하다며 매번 지적했고, 필자는 그 지적이 왜 중요한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동서양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양력과 음력에 관한 말이 나왔다. "음력으로는"이라는 표현을 필자는 "according to lunar calendar"라고 말했고, 튜터는 "according to the lunar calendar" 라고 고쳐 주었다. 필자는 'the'가 빠지더라도 의미 전달에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the'를 반드시 넣어 말하자고 생각했지만, 매번 그 실수를 반복했고, 튜터는 그런 말은 없다고 했다. 개를 뜻하는 'dog'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런데 'a dog', 'the dog', 'dogs'라는 말은 있지만 'dog'이라는 말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말에는 관사가 없다. 따라서 영어에 있는 관사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관사가 매우 중요하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부터 관사가 있어야 하며, 자란 후에 관사 없이 말하는 경우는 없다.

영어를 우리말에 기초해 배우고 사용하면 이처럼 관사뿐 아니라 많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 영어를 틀리지 않게 사용하려면 우리나라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영어를 영어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며, 책이나 대화, 또는 다른 미디어를 통해 용례를 몸에 밸 정도로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창열<앱투스미디어 대표, www.이창열.com>

2005.12.13 15: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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