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2일 일요일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지긋지긋한 영어 이야기] ⑤ 세련된 어휘 선택

• 출처: [중앙일보] 기사 본문 읽기


어느 나라 말이나 같은 뜻을 가진 단어라도 품격이 다르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여자라는 단어와 여성이라는 단어가 마치 다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여자라는 단어를 쓰면 무식하고 품격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여성이라는 단어를 쓰면 우아한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여자와 여성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여자의 뜻은 "여성인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여성을 찾아보니, "여자, 특히 성인 여자를 이르는 말" 이라 나와 있다.

단어가 주는 어감은 사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 어감은 절대 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시간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시대 착오적인 단어를 사용하다 보면 무식한 사람으로 비추어지고, 때로는 나쁜 사람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미국의 흑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negro' 가 있다. 이 말은 20세기 초반에는 흑인 인권 단체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보편적인 단어였지만 지금은 사용하면 안 된다. 흑인을 모욕하는 단어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피부색을 일컬어 'black'이라는 단어도 있다. 많이 쓰이긴 하지만 세련된 느낌은 없다. 세련된 어휘로는 'African American'을 들 수 있다. 피부색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말보다 가치 중립적으로 지리적 명칭에서 유래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말이 배려 깊은 어휘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흑인을 지칭하는 새로운 어휘가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 다른 예로 pet 이라는 단어가 있다. 애완 동물을 이르는 말이다. 이 단어 역시 느낌이 상당히 달라졌다.

사람이 좋아해서 키우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동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companion animal' 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세련된 어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어휘를 그대로 번역해 '동반 동물'이란 말을 쓴다. 사람이 일방적으로 돌봐주는 동물이 아니고, 서로 돌봐 주며 같이 생활한다는 의미다.

세련된 영어 어휘를 사용하면 말하는 사람이 품위 있어 보일 뿐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새롭게 사용되고 있는 세련된 어휘를 모르면 심지어 상대방의 말뜻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세련된 어휘를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세련된 영어 어휘는 교과서에서 배우기 힘들다. 명작이나 고전에서도 찾기 힘들다. 따라서 시사성 있는 글이나 방송을 끊임없이 보면서 어감의 변화를 익혀야 한다.

이창열 <앱투스 미디어 대표 www.이창열.com>

2005.11.22 16: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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