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 필수코스로 인식되면서 1, 2학년으로 확산
대기업은 신입사원 모집보다 경쟁률 높아
인턴시험 대비용 수험서부터 면접 스터디 모임까지

취업하기 위한 경쟁에 맞먹는 인턴십 경쟁
최근 취업준비의 필수코스로 인식되면서 기존에는 3~4학년이 주로 하던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1, 2학년까지 확산되었다. 요즘 인턴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아 심지어 신입사원 모집보다도 경쟁률이 높을 때도 있어 갈수록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시중에는 인턴시험 대비용 수험서가 400권을 넘어섰고 면접 스터디 모임도 매우 활발하다.
세종대 호텔관광학부 3학년 김경민(22)씨의 요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 ‘어떻게 하면 괜찮은 인턴십 자리를 구할까’ 하는 것이다. “저처럼 호텔 관련 학과생은 해외 인턴십 경험이 필수거든요. 대부분 졸업 전 휴학하고 해외 호텔 등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며 경력을 쌓기 때문에 경험 없이 취직하려면 서류전형에서부터 밀리기 십상이죠.” 인턴십 경험이 전무하지만 해외로 나갈 형편은 안 되는 그는 고민 끝에 휴학 후 국내 다국적기업의 인턴사원 채용에 응시하기로 했다.
‘취업 3종 세트’ 인턴십+어학연수+교환학생
인턴십이란 대학 재학생이나 휴학생 중 회사에 정식으로 채용되지 않고, 경험을 얻기위해 실습과정을 밟는 제도를 말한다. 일부 기업의 경우 인턴십 이수자 중 적격자를 정규사원으로 발탁하거나 채용 시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물론 과거에도 인턴십 제도는 존재했다. 그러나 예전 대학생에게 인턴십이 ‘옵션’이었다면 요즘은 단연 ‘필수’다. 더욱이 지난해 20대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 ‘88만원 세대’란 책이 화제가 되면서 젊은이들은 인턴십을 포함한 취업 준비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88만원은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 일부 구직자들은 아예 인턴십과 해외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세 가지를 묶어 ‘취업 3종 세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출신 대학이나 학점보다 실무경험을 중시함에 따라 생긴 신조어다.
인사 담당자 “정규 채용보다 우수한 지원자 수두룩”
대학생들의 인턴십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요 대기업의 인턴사원 채용 기간이 임박하면 취업 관련 카페는 하루에도 100건 이상의 문의가 올라오는 등 관련 게시글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지난 5월 한화증권 인턴 채용 면접에 응시한 이모(24)씨는 “인사 담당자가 이번 인턴 지원자의 스펙(spec·specification(명세사항)의 줄임말로 학력, 학점, 영어공인시험 점수 등 이력서에 열거할 수 있는 내용을 총칭한다)이 신입 공채 때보다 훨씬 좋았다고 해 놀랐다”며 “학벌과 학점은 기본이고, 업계가 요구하는 자격증을 3개 이상 갖춘 사람이 대부분이라더라”고 전했다.
S그룹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인사팀 관계자는 “인턴사원 지원 경쟁률은 그룹 차원에서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밝힐 수 없다”면서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서류 전형을 통과해 면접 단계까지 올라온 응시자는 이미 상당한 수준을 갖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취업정보가 많기로 유명한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커뮤니티엔 2007년 11월 6일 인턴 게시판이 생긴 이후 약 8개월간 2500개 이상의 글이 등록됐다. 과거 주로 3~4학년에 한정됐던 인턴십 열풍은 요즘 1~2학년 사이에서도 예외 없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서강대 인문학부 황지영(20)씨는 대학에 들어온 지 채 1년도 안 됐지만 벌써부터 이런저런 인턴십 프로그램을 기웃거리고 있다.
언론사, 특히 방송국 입사를 희망하고 있는 그의 인턴 지원 분야 역시 방송사 등 관련 업종이다. “사람들이 왜 벌써부터 인턴십에 신경 쓰느냐고 묻곤 해요. 하지만 주변에 인턴으로 활동하는 선배들을 보면 1~2학년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야 3학년 때 원하는 기업에서 인턴십 기회를 잡을 수 있더라고요. 저도 뒤처지면 안 되니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인성검사·상식 등 수험서도 수백 가지
지난 5월, 한 기업의 인턴 필기시험에 응시한 심모(24)씨는 시험장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전에 실시한 인성검사를 두고 응시자들끼리 오답과 정답을 가리고 있었던 것. 해당 기업의 필기시험 응시가 처음이었던 그는 아무 준비 없이 시험장을 찾은 터였다. “필기시험 대비용 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인성검사 책까지 판매되고 있다는 건 까마득히 몰랐어요. 인성검사라고 해서 그저 솔직하게 대답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나중에 찾아본 인성검사 수험서엔 각 기업이 원하는 답 유형까지 다 나와 있었어요.”
실제로 7월 1일 현재 인터넷 교보문고(www.kyobobook.co.kr)엔 삼성직무검사(SSAT) 준비 수험서 30종과 직무적성검사 관련 책 52종 등이 올라와 있다. 여기에 인성검사 관련 책과 일반상식 책까지 합치면 400종을 훌쩍 넘는다. 4학년 1학기를 마친 후 대기업 인턴 채용을 준비 중인 한 대학생은 “요즘엔 공채뿐 아니라 인턴십 지원자들도 서류전형 통과 후 필기시험 전까지 주어지는 짧은 기간에 문제집 한 권 이상은 풀어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래서 학교 시험과 인턴 채용기간이 겹치면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6월 24일 오후 2시 서울대입구 전철역 근처 카페에서 SK그룹 계열사 인턴 면접 대상자 6명이 모였다. 면접을 이틀 앞둔 이들은 3시간에 걸쳐 면접 대비 요령과 기타 정보를 교환했다. 인성면접과 케이스면접, 영어면접 등 유형별 면접에 대비해 각각 1시간씩 별도 스터디도 진행했다.
인성면접 스터디는 각자 작성해온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분석한 후 미리 준비한 면접 예상 질문을 돌아가면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뽑아온 예상 질문엔 ‘태어나서 가장 열정을 발휘했던 일’ 등 평범한 것도 있었지만 ‘당신이 싫어하는 상사가 멘토로 지정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와 같은 구체적 내용도 있었다. 케이스 면접 스터디는 지원 기업이 실제로 당면할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한 후 해결 방안을 얘기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로 ‘핵심 부품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이 납품기한을 어겨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됐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같은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이 오갔다. 업계 전반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영어면접 스터디는 시사성 있는 주제를 하나 택해 영어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보 공유 인터넷 커뮤니티도 활발
이날 모임은 취업정보 공유 인터넷 커뮤니티 ‘취업 뽀개기(cafe.daum.net/breakjob)’를 통해 성사됐다. 이곳의 ‘스터디해요’란 게시판에 올라온 ‘서울대입구에서 24~25일 이틀간 SK○○○ 면접을 준비할 스터디원 모집합니다’란 글에 댓글을 단 6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참석자 김모(26·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면접 경험이 없어 혼자 어떻게 준비하나 걱정했는데 오늘 모임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모두 처음 보는 사이지만 같은 목적으로 만났기 때문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턴 채용 기간에 목적이 같은 지원자끼리 ‘단기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면접을 준비하는 광경은 대학가에선 흔한 일이 됐다. 특히 면접절차가 까다롭고 오랫동안 진행되는 대기업 인턴 지원자 간의 스터디 모임 결성은 필수다. 이 경우 면접 대상자 대부분이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므로 면접장에서 만나 가까운 친구처럼 인사 나누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 대졸 구직자 설문조사 |
“인턴 경험이 취업에 도움 될 것” 90%
“월급 못 받아도 인턴 하고 싶다” 70%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작년 8월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남녀 대졸 취업 준비생 3754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17.0%(639명)가 인턴십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 참조>
특히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의 질이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었다는 응답자가 39.0%로 가장 많았으며, 정규직을 보조하는 단순 업무를 했다는 응답(37.6%)도 적지 않았다. ‘정규직과 다르지만 전문 업무를 수행했다’(15.0%)는 응답과 ‘정규직과 다른 단순 업무를 수행했다’(7.5%)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근무기간은 3개월 미만(47.4%)이 절반 정도로 가장 많았으며 3~6개월 미만은 27.7%, 6개월~1년 미만은 14.6%, 1년 이상은 10.3%였다.
급여수준(식대·교통비 포함)은 월 100만원 이상이 30.0%로 가장 많았으며 월 70만~100만원 미만 28.2%, 월 50만원 미만 18.3%, 월 50만~70만원 미만 17.4% 순이었다. 반면 무급 인턴이었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인턴경험이 자신의 취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대부분의 응답자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54.5%로 과반수를 넘었으며 ‘조금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도 39.4%로 비교적 많았다. 반면 인턴경험이 자신의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6.1%로 소수에 불과했다. 실제 인턴십을 지원하게 된 목적도 ‘직장 경험을 쌓아 추후 취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란 의견이 57.7%로 가장 많았으며,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다가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위해’(20.2%), ‘지원한 인턴업무 내용에 흥미가 있어서’(17.4%), ‘아르바이트 대신 임금을 벌기 위해서’(4.7%)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편, 인턴경험이 없는 취업 준비생(3115명) 중에서도 96.5%의 응답자가 ‘기회만 닿으면 인턴십을 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73.0%는 ‘무급이라도 인턴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