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일 목요일

'협상의 법칙'-정리 편

이제 '협상의 법칙'을 총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코헨은 자신이 소개한 협상 방법이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지,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이런 협상 방법을 알아 놓으면 악의를 가진 파트너로부터 피해를 안 입는다고 말합니다. 물론 서로의 신뢰가 돈독하다면 이런 협상방법이 필요없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제 협상의 3요소인 힘·시간· 정보를 키우는 방법을 간단한 사례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제1명제. 힘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힘은 당신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 독방에 갇힌 죄수가 담배 한 개비가 못내 아쉬운 상황을 생각해보자. 여러분이 알다시피 교도관과 죄수의 힘은 비교가 안 된다. 만약 죄수가 "교도관, 담배 하나 빌립시다"고 말하면 교도관이 "그럽시다"라고 할까? 천만의 말씀. 그러나 당신이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의 힘은 엄청나져서 담배를 필 수 있다.
"제발 30초로 담배를 피우게 해 주쇼. 안 주면 피범벅이 될 때까지 내 머리를 콘크리트에 박을 거요. 나를 끌어내면 당신이 내 머리를 바닥에 쳐 박았다고 말할 테요. 물론 내 말을 안 믿겠지만 당신도 피곤할 걸. 청문회다 뭐다 해서 각종 조사에 시달리고 신문에도 나겠지. 담배 한 개피만 주면 얌전히 있을테니 어서 주쇼."

교도관이 담배를 줄까? 물론이다. 왜냐하면 이 상황에 대한 비용-이익 계산을 재빨리 했기 때문이다.

제2명제. 힘은 여러 사람과 함께 할 때 훨씬 커진다

사람들이 위험이 큰 것만 걱정하지 큰 위험도 나누면 작아진다는 점을 간과한다.
나는 1천명이 모인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내기에 돈을 걸라는 요구를 했다. 25센트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면 내가 1백만달러를 주고 뒤가 나오면 참석자가 10만 달러를 나에게 주는 그런 내기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내기에 응하지 않았다. 물론 빌 게이츠같은 부자가 있었다면 나는 결코 내기를 걸 지 않았을 거다. 성공 확률 50%에 지급액은 자기가 건 돈(10만 달러)의 10배를 주니 얼마나 좋은가?

만일 참석자 1천명이 각자 1백 달러씩, 10만 달러를 모아 내기에 참가하는 방법은 어떨까? 아마 사람들 대부분이 참가하리라. 그러나 내가 내기를 걸었을 때 참석자들은 혼자 10달러를 내서 게임에 지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동참의 힘'이다.

제3명제. 마감시간을 드러내지 말라

마감시간을 드러내면 그 협상은 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베트남과 6·25 한국전쟁에서 마감시간을 은연중에 드러낸 미국은 엄청난 손해를 봤다.

1953년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달할 무렵에, 소련과 미국은 휴전의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휴전선의 위치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에게 마감시간은 없다'는 소련의 기세에 밀려 조금씩 양보를 했고, 결국 소련은 협상을 주도했다. 이와 관련, UN대표였던 미국의 터너 조이 장군은 "교착상태의 해결을 위해 성급하게 양보한 것이 소련을 도와준 꼴이 됐다"고 후회했다.

미국의 성급함은 베트남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970년대 미국은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려고 베트남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 때마다 베트남은 "미국과 싸운 32년간의 전쟁은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6백년이 넘게 외국과 전쟁을 치렀고 앞으로도 1백년동안 싸울 방침이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다가 파리에서 평화회담을 열기로 하고 양측은 회담 준비를 했다. 에버럴 해리먼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리츠호텔을 숙소로 잡고 1주일 단위로 계산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베트남은 파리 외곽에 빌라 한 채를 2년 반동안 빌리기로 하는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마감시간 1주일과 2년 반. 누가 이겼겠는가?

마지막명제. 암시를 잘 해석하고 전달해야 협상에서 성공한다.

협상에서 승리하려면 다음과 같은 암시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무심결에 내비치는 암시 ▶언어적인 암시 ▶행동에 의한 암시 말이다. 암시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당신은 1천 5백달러의 예산을 가지고 신형 스테레오를 흥정하려고 한다. 처음엔 1천 달러를 부르고 다음에 1천 4백달러를 불렀을 때 판매원은 당신이 얼마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까? 아마 1천6백이나 1천8백 달러를 가졌다고 여길 것이다.왜냐하면 1천 달러에서 1천4백 달러의 증가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9백달러를 부르고 1천 2백달러, 1천3백50달러를 부른 다음 잠시 머뭇거리다가 1천4백25달러를 부르고 뜸을 들이며 1천4백33 달러 62센트를 부른다면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1천5백 달러를 가지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암시를 잘 해석하고 전달한다면 뛰어난 협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상으로 '협상의 법칙'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책을 보면 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습니다. 영어로 설명한 책은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아담하며 대부분 짤막한 단문입니다.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송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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