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일 목요일

'협상의 법칙'-값 깎기 실전 편 3

여러분은 앞이 안보이거나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 도움을 청하면 어떻게 행동합니까? 많은 이가 장애인에게 길을 알려 주거나 부축해줄 겁니다. 협상도 마찬가지 이치가 작용합니다. '약하게 굴면 도움을 받고 더 나아가 협상에서 승리한다'는 게 코헨의 주장이죠. 인사 청문회 등의 영향을 받아 흠이 없어야 성공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요즘에, 코헨은 시류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2개의 사례를 통해 약하게 굴어야 협상에서 승리한다'는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사례1. 말더듬이가 협상에서 유리하다

말더듬이가 청산유수형보다 협상에서 유리하다. 그래서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해두라고 필자는 권한다.

이제 말더듬이가 되어 판매원에게 접근해서 "저∼제∼제∼"하며 말을 걸어보자. 이에 판매원은 "아, 제일 중요한 것이라구요? 마음을 편안히 하세요. 뭐라고 하신 겁니까?"라고 묻는다. 다시 "가∼ 가∼"라고 우물거리면, 판매원은 "가격 말씀이군요. 그리고 또 뭐죠?" "품∼품∼품∼"이라고 더듬거리면 판매원은 품질이라고 당신이 할 말을 대신해준다.

실제로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판매원은 당신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에 가득 차 정보에 후한 편이다. 그러나 당신이 말쑥한 차림에 청산유수형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판매원은 당신의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하며 보안에 신경을 쓸 것이다.

사례2. 일본항공(JAL)의 "잘 모르겠는데요" 사례

영어를 못하면 미국 사람과 거래를 못한다는 게 상식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본항공은 미국회사를 상대로 언어장애인 행세를 해서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미국 회사는 일본항공(JAL) 임원 3명을 상대로 오전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지난 몇 개월에 걸쳐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펼쳤다. 특히 이번 프리젠테이션에는 최첨단 시청각 설비와 화려한 4차원 브리핑 자료가 총동원돼, 할리우드나 디즈니랜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프리젠테이션이 펼쳐지는 동안 JAL 임원들은 조용히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의실 불이 다시 켜지며 JAL임원의 기를 눌렀다고 의기양양한 미국회사 임원이 "어땠습니까?"하고 물었다. 한 JAL임원이 공손한 자세로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응수한다. 당황한 미국회사 임원이 다른 JAL임원에게 "뭘 모르신다는 겁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JAL임원은 "전부 다요"라고 대답한다. 다시 한번 미국 회사 임원은 "언제부터 이해가 안 됐나요?"라고 물어본다. JAL임원의 대답. "아까 불이 나가면서 부터요."

한껏 풀이 꺾인 미국회사 임원은 "무얼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3명 모두 일제히 "다시 한번 설명해주세요!"라고 말한다. 장장 2시간 반의 프리젠테이션을 다시 하라는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최첨단 설비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 회사임원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가? 아니면 주눅이 든 모습으로 "다시 한번 설명해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일본 회사 임원이 유리한가? 결국 미국 회사는 프리젠테이션 이후에 제시하려던 가격을 포기했고 바보행세를 한 JAL임원은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협상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성급하게 "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말라. 그리고 대답보다는 질문을 많이 해라.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약한 것이 강하다'라는 협상의 법칙이다.

아쉽지만 이것으로 실전 편을 끝내고 다음에는 협상의 법칙을 정리하는 글을 게재하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협상의 법칙은 물리법칙이나 수학공식이 아닙니다. 설마 백화점에서 값을 못 깎았다고 항의하는 회원은 안 계시겠지요. 정리 편에서 코헨의 생각을 간추리겠습니다.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송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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