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일 목요일

'협상의 법칙'-값 깎기 실전 편 2

이제 이야기의 핵심인 판매원을 향해 "팔든지 말든지 확실히 결정해"라고 말하는 최후통첩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무척 바쁘고 흥정할 기분도 아니어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판매원에게 다가가 4백50달러를 건네며 "이걸 받고 냉장고를 팔 거요? 아니면 그대로 놔둘 거요?"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매장 밖으로 나간다면, 과연 판매원은 당신을 붙잡을까요?

천만의 말씀. 판매원은 붙잡기는커녕 "저런 고약한 사람!"이라고 고함을 치겠죠. 그럼 왜 이 방법이 안통했을까요? 판매원은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이죠. 코헨은 최후통첩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판매원의 시간과 에너지를 야금야금 당신에게 투자하도록 만들라고 이야기합니다.

한산한 시간에 매장을 찾아라

월요일 시어즈 대형 가전매장에 손님이 거의 없는 오후 2시. 판매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저,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냉장고를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주세요." 이렇게 해서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2시간 동안 판매원으로부터 냉장고에 관련된 사항 일체를 설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서 "마누라와 내일 다시 와서 결정해야겠네요"라고 말하며 매장을 나온다. 판매원이 당신에게 투자한 시간은 2시간이다.

어제 만난 판매원과 계속 상담해라

화요일도 매장이 한산한 오후 2시 아내를 데리고 월요일에 간 매장에 나타난다. 이 때 말을 건넬 판매원도 월요일에 만난 그 판매원이어야 한다. 물론 설명시간도 어제와 마찬가지인 2시간(오후 2시∼오후 4시) 이다. 판매원의 설명이 끝나면, 이렇게 말하라. "아무래도 결정하기 전에 전문가를 모셔 와야 할 것 같네요. 장모님이 냉장고 박사거든요." 이제 판매원은 4시간을 당신에게 투자했다.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고 말한다

수요일 역시 월·화요일과 똑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당신과 아내, 그리고 장모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물론 공략대상도 월·화요일에 만난 그 판매원이다. 판매원의 설명시간도 이전과 마찬가지인 2시간이 되도록 해라. 수요일에는 월·화요일과 달리 이런 말을 이따금씩 중얼거려라. "아, 글쎄….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어."라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판매원이 당신에게 쓴 시간은 총 6시간으로 늘어났다.

이제 최후통첩을 할 때다

목요일도 동일한 시간에 지난 3일간 만난 판매원에게 다가가 말을 붙여라. "안녕하세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냉장고를 사러 왔어요." 이 말을 들은 판매원은 잔뜩 인상을 구긴 채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는 제발 사가세요." 이때가 바로 당신이 다음과 같은 최후통첩을 할 때다.

"제 이야기 잠깐 들어보세요. 제가 가진 거라곤 4백50달러, 성냥 한 통, 만년필 한 자루, 동전 몇 푼이 전부죠. 정말 이 냉장고가 제 맘에 들거든요. 깎아 주실 수 없나요?"

판매원, "아는 웬수가 생판 모르는 웬수보다 낫다"

이런 최후통첩 후에도 판매원이 아무런 대꾸를 안 하면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한 후 천천히 출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라. 이번에는 판매원이 당신을 붙잡을까? 그렇다. 금쪽 같은 6시간을 당신에게 공을 들여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더듬거리며 말할 것이다. "좋아요. 그 값에 하자구요. 그만하면 충분해요. 흥정이란 게 그런 거죠."

그러면서 판매원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인간에게 무려 6시간을 쓰다니. 내가 미쳤지. 그래도 아는 웬수가 생판 모르는 웬수보다 낫다는 말이 있잖아. 누가 알아. 이 인간을 놓치고 나면 더 지독한 웬수를 만날지."

이와 같은 최후통첩 외에도 효과적인 협상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다음 번에는 '약하게 굴어야 협상에서 이긴다'는 전술을 소개하겠습니다.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송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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