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일 목요일

'협상의 법칙'-값 깎기 실전 편 1

앞서 예고한대로 값 깎기 실전에 들어가, 정찰제 매장에서 냉장고 가격을 깎아 보겠습니다. 이제 말씀 드릴 내용들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려면, 거의 철면피 수준의 의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인 코헨이나, 이를 소개하는 제 의도는 협상에서 승리하려면, 이와 같은 끈기와 굳센 마음가짐이 절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선 시어즈에서 정한 냉장고 가격이 489.95달러, 장소는 대형가전 매장으로 가정하죠. 정찰제 매장에서 가격을 깎으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나와 시어즈 모두 상품을 파는 판매업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시어즈는 나에게 '냉장고'란 상품을 팔지만 나는 시어즈에게 '돈'이란 상품을 판다고 말이죠. 바로 이런 생각이 협상을 성공으로 이끕니다. 코헨이 어떻게 물건을 깎나 살펴볼까요?

가격표도 협상의 산물

사실 489.95달러는 시어즈 내에서 진행된 협상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판매를 중시하는 영업부서는 450달러를 제시한 반면에 이익에 신경 쓰는 재무부서는 540달러를 주장했다. 그러자 전략부서가 중재에 나서 489.95달러로 결정한 가격이다. 따라서 고정불변의 가격이 아닌 것이다.

당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스스로 생산하라

■ 일단 불만을 알려라
우선 값을 깎자면 당신의 불만을 알려야 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 색깔이 몇 가지나 되는 지 물어보라.판매원이 "32가지"라고 대답하면, 당신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양하지 못하군요. 우리 주방은 너무 튀어서 이런 밋밋한 색깔로는 어울리지 못하니, 원 이럴 수가…." 다시 말해 당신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

■ 판매원의 허를 찔러라
냉동실도 판매원의 허를 찌르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해보라. "저 냉동실 말인데요." 이때 판매원은 자신 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최고의 냉동실이죠. 전기료도 엄청 싸죠. 한 시간에 2센트에 불과해요." 이때 이렇게 되받아라.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니고요. 사실 제 아들이 목이 아주 안 좋아요. 의사는 얼음을 먹으면 큰일난데요. 그래서 아예 없애려구요." 그러면 판매원은 울상을 지으며 "문짝에 달려 있어 도저히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내가 냉동실을 사용 안 하는 조건으로 얼마를 할인받죠?"라고 슬쩍 물어보라. 이제 당신도 한 방 먹인 것이다.

■ 세일기간도 이용해라
세일기간도 값 깎기에 이용할 수 있는 재료다. 세일이 언제 시작되는지 물어보며 어느 바보가 이렇게 비싼 가격에 사겠느냐는 암시를 흘리는 것이다. 지금 있는 냉장고도 앞으로 몇 년은 쓸 수 있다는 느긋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해야 더욱 효과가 난다.

■ 전시품의 약점도 활용하라
흠잡기도 좋은 전술이 될 수 있다. 일단 판매원에게 매장에 전시된 냉장고에 흠집이 보인다고 말해보라. 물론 판매원은 고개를 저으며 못 봤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빛이 비칠 때 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흠집이 보인다고 계속 말해라. 사실 전시품은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어 흠집이 많은 법이다. 그래도 판매원이 흠이 없다고 우기면 좀 치사스럽긴 하지만 흠을 만들 수 있다. 틈만 나면 아이스하키 채를 휘두르는 연습을 해대는 개구쟁이 아이들을 냉장고 옆에 세워 두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하면 얼마나 깎아 주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라

흠잡기나 흠 만들기가 안 통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만약 -한다면 얼마나 깎아 주겠는가?'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우선 집에 있는 낡은 냉장고를 얼마나 쳐줄지 물어보라. 바로 보상판매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운반비나 설치비가 물건값에 포함되었는지 물어보고 내가 운반과 설치를 하면 얼마나 깎아 줄지 물어보라.

이제 여러분은 값 깎기에 겨우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다음 편은 '협상의 법칙'에서 가장 재미있는 '팔든지 말든지' 즉 최후통첩 전술입니다. 늘 고객을 골탕먹이던 악덕 판매원이 구매자의 전술에 휘말려 진땀을 빼는 장면이 나옵니다.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송명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