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에서 배우는 마케팅(1)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이 문장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 '상도(商道)'의 극중 주인공 가포 임상옥의 유언이다. '상도(商道)'를 깨우쳐 '상불(商佛)'이 된 조선 후기의 거상. 일주일 만에 훌쩍 읽어버린 소설의 감동, 월요일과 화요일 퇴근길을 기분 좋게 만드는 드라마.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도(商道)'가 남겨 준 가장 큰 교훈은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장사꾼으로서의 소신과 목표, 바로 장사꾼의 길이다.
문화컨텐츠의 마케팅을 분석하는 작업은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문화컨텐츠에서 마케팅을 배우는 것도 색다른 경험임에 틀림이 없다. 소설과 드라마 '상도(商道)'를 통해 배운 장사꾼의 인생을 한번 풀어보려고 한다. 나도 '상도(商道)'를 이룰 수 있다면.. 꿈같은 일이지만 꿈꿔 볼 만 하지 않을까?
.. 사람을 남기는 장사꾼
자본주의 기업의 최대목표는 이윤의 창출이다. 최소의 자본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 그리고 이윤이란 궁극적으로 자본, 즉 돈을 뜻한다. 우리는 돈이 최고의 목표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이름아래 말이다. 돈(재화)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경제의 가치기준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본주의 문명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돈은 현대까지 이르러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돈이란 동전의 양면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지탄을 받기도 한다.
돈이 무서운 것은 돈을 가진 사람이 무서운 것이다. 돈은 사람이 가진 양면성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상징적인 현실이며 그런 돈의 성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장사꾼이라고 한다. 그럼 그런 장사꾼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아니, 어떤 사람들이어야 할까? 조선후기의 거상, 상도의 주인공, 의주 만상 임상옥은 어떤 장사꾼이었을까?
'장사란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이 말은 드라마 '상도(商道)'에 등장하는 의주만상 도방(지금의 사장) '홍득주'의 장사철학이다. 송상의 상술에 눌려 만상이 망했을 때에도 가진 재산을 모두 처분하여 식솔들에게 나누어 준 상인. 임상옥의 기지로 만상이 재기하였을 때, 도방의 자리를 미련 없이 넘겨주고 떠나던 상인. 그리고 만상과 임상옥을 위해 비참한 죽음을 맞는 상인. 돈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 바로 우리다.
임상옥은 만상 서기시절 연경에서 일생의 기회를 맞게 된다. 연경상인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사업자금. 아무런 대가 없이 받은 그 자금은 임상옥이 독립하기에 충분한 밑천이었다. 하지만 청루에서 우연히 만난 기녀 장미령을 위해 그 돈 모두를 아낌없이 내던진다. 그리고 후일 임상옥은 장미령의 도움으로 만상재건의 기틀을 마련한다.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상인, 사람을 남기는 장사철학. '상도(商道)'란 바로 사람(人)을 구하는 '활도(活道)'가 아닐런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왕후장상의 제일 마지막에 놓여 있는 고금의 상인들은 언제나 천시 당하며 살아왔다. 불안한 시대가 낳은 고정된 시각의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상도(商道)'가 아닌 '상술(商術)'을 앞세우는 상인들의 장사철학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과 생존만이 난무하는 한국의 기업현실. 그러기에 드라마 '상도(商道)'가 이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는 크고, 아름답고 간절하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시인, 박노해님은 외치신다.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난 사람을 남기는 장사꾼이 되어야겠다. 우린 사람을 살리는 삶을 살아야겠다.
.. 불가근 불가원 (不可近 不可遠)
예로부터 정치와 기업간의 끊기 어려운 공생관계는 계속되어왔다. 임상옥이 살던 조선후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권력에 빌붙는 기생충 같은 상단과 상인들. 불과 50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도 이러한 기생관계로 점철된 정치기업들의 암투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옥스퍼드 대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다는 '재벌'이라는 단어가 이를 증명한다. 독과점은 자본주의의 신성한 자유경쟁을 방해하는 경계대상 1호다. 우리 생활 곳곳을 살펴보면 이러한 독과점이 아직도 산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와 기업의 공생관계는 결국 최종 소비자만 피해를 입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
임상옥의 상단, 의주 만상이 송상의 계략에 휘말려 위기에 처했을 때, 임상옥은 홀로 인삼교역권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당시 조정은 박종경, 김두식이라는 두 정치거물을 중심으로 세력이 양분되어 있었고, 팔도의 상단들은 상단의 생존이 달린 인삼교역권 확보를 위해 두 정치거물들에게 뒷돈을 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마침 박종경 대감이 모친상을 당하고 의주 만상에게도 박종경 대감을 면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임상옥은 고민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백지어음'
임상옥이 내어 놓은 비장의 카드. 백지어음을 받은 박종경 대감은 임상옥과의 독대를 허락하고 임상옥은 대감을 만난 자리에서 유명한 말을 남긴다.
'권력과 상업은 불가근 불가원 (不可近 不可遠)'
정치인과 상인은 가까이도 멀지도 않은 관계여야 한다는 말이다. 즉, 큰 상업을 위해서 정치와의 관계는 필요악이지만 불필요한 거래, 부적절한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임상옥의 의지를 정확하고 날카로운 비유로 표현한 것이다. 정치와 상업의 부적절한 관계는 결국 둘 모두의 파멸을 부른다. 임상옥은 바로 이점을 박종경 대감에게 일깨우고 원하는 바를 얻게 된다. 조선 최대의 거상, 임상옥 다운 재치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임상옥의 재치로 교역권 경쟁은 공정하게 치루어 지고 만상은 송상을 제치고 7,000 근의 인삼교역권을 확보하게 된다. 당시 7,000 근의 인삼은 조선상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교역량이었다. 임상옥의 기지로 만상은 송상에게 빼앗겼던 대전강 난전과 책문후시의 상권을 다시 찾게 되고, 재기의 기틀을 마련한다. 뒷거래를 배제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만상의 재기를 일구언 낸 임상옥의 기지는 쉬운 길만을 찾아 정치와의 야합을 꿈꾸는 현대 기업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무슨무슨 게이트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대는 우리의 기업현실, 원칙을 지키는 소신과 굳건한 사업의지, 그리고 번뜩이는 재치와 인화력으로 무장한 한국의 기업인들이 아쉽다. 아니, 분명히 이 땅에 존재하는 그런 분들을 언론에서 자주 뵐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그런 분들이 존경받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그리고 나또한 그런 현실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 상업의 부처, 임상옥. 신화는 계속된다.
최인호님의 소설 '상도(商道)'를 접한 순간부터, 소설속의 주인공 임상옥을 만나면서부터 나의 장사철학은 새롭게 시작되었다. 쉬운 길만을 택한 삶을 산 것은 아닌지, 과연 나는 사람을 남기는 장사꾼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내가 존경하는 그분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무엄하게도 말이다.
쓰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그래서 2편의 칼럼을 준비하였고 긴 문장을 지루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시리즈로 구성해 보았다. 2편이 늦더라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기를. 요즘 들어 부족하기만 한 본인의 글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몸둘바를 모르겠다. 그리고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끼며 신중한 글쓰기를 연습중이다. 감사 드시기를.
험한 길이 여행하기 좋은 길이다.
출처: http://columnist.org/wwwboard-3.0.1/CrazyWWWBoard.cgi?db=sonnim2&mode=read&num=262&page=7&ftype=6&fval=&backdepth=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