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여자 꾀는 법’ 알려줘
실용정보 사이트 범람…목사 설교문 10달러에 팔기도 미국에 살다 보면 “이런 직업도 있나” 싶을 때가 많다. 철두철미한 자본주의 국가답게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하는 곳이 이 나라인 탓이다. 자연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직종이 정착 후 한국으로도 넘어오는 게 자연스러운 패턴처럼 됐다.
처음엔 이름도 생소했던 ‘헤드 헌터’ ‘파티 플래너’ 등이 바로 그런 예다. 실제로 미국엔 새로운 직업이 넘쳐서 가짓수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2003년 현재 미국에 존재하는 직종은 3만여 개. 1만여 개에 불과한 한국의 3배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진 ‘사이버 공간’이 출현하면서 새로 무수히 많은 직업과 서비스가 미국에서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 미국 언론의 주목을 끄는 신종 인터넷 분야가 있다.
네티즌들의 참여를 통해 실생활에 요긴한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서비스하는 소위 ‘실용정보 사이트’ 들이다. 이들 웹사이트는 ‘사과 깎는 법’ ‘이 닦는 법’처럼 초보적인 정보에서 시작, ‘엔진오일 가는 법’ ‘도난 중고차 사지 않는 법’ 등 보다 복잡한 사안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이 중에는 ‘숨바꼭질 잘하는 법’ ‘여자 꾀는 법’ 등 희한한 것들도 적잖다.
이런 사이트 중 대표적인 것들로는 ‘VideoJug.com’ ‘eHow.com’ ‘ViewDo.com’ ‘WikiHow.com’ 등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광고에 의존하고 무료로 생활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물론 각기 특색도 있다.
VideoJug.com은 해당 내용을 4~5분짜리 비디오 클립으로 만들어 네티즌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만들었다. 비디오 클립은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었다. ViewDo.com도 비디오 클립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사이트의 생활정보는 네티즌들이 자체 제작해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들이다.
이들 두 사이트와 달리 WikiHow.com은 모든 정보가 문서로 돼 있다. 대신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해 만든 정보들로 이들이 해당 내용을 수정·보완해 보다 충실하게 만든다는 게 장점이다. eHow.com도 내용이 문서로 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WikiHow.com과의 차이라면 내용이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들 사이트는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의 실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인기 사이트인 VideoJug.com은 2000여 개의 비디오 클립을 갖추고 있으며 WikiHow.com은 1만3000개에 달하는 문서 파일을 보유하고 있다. VideoJug.com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립인 ‘2초 안에 티셔츠 접는 법’은 무려 11만5000여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처럼 다양해지면서 이에 따른 윤리문제도 적잖게 나온다. 과거엔 팔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소개한 ‘설교 사이트’가 바로 전형적인 예다.
WSJ에 따르면 ‘creativepastors.com’이란 웹사이트에서는 목사들을 위한 설교문들을 구비해 놓고, 편당 10달러씩에 판다고 한다. 이 밖에 ‘sermoncentral.com’ ‘pastors.com’ 등도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내용을 대부분 베껴 신도들에게 설교하는 목사들도 적잖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인터넷에서 설교를 베끼는 일이 만연하게 되면 진지하게 성경을 공부하려는 성직자들의 노력이 시들해질 게 뻔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어쨌든 인터넷이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수록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만은 틀림없을 것 같다.
네티즌들에게 무료로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각종 실용정보 사이트.
뉴욕=남정호 중앙일보 특파원
출처: http://www.iampr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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